중속엔진과 고속엔진은 어디에 사용될까? 선박 종류별로 알아보기

지난 글에서 중속엔진은 크고 오래 버티고, 고속엔진은 작고 반응이 빠르다는 걸 알아봤어요. 그럼 실제로 바다에 떠 있는 배들에는 어떤 엔진이 들어가 있을까요?

대리점에서 일하다 보면 저희가 다루는 엔진이 들어간 배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는 걸 느낍니다. 관공서 배에는 주로 메인엔진(주기관)으로, 상선에는 주로 발전기 엔진으로 많이 쓰이고, 저희가 다루는 엔진 중 가장 큰 엔진은 여객선의 메인엔진으로 들어가 있기도 해요.

이 글에서는 레저보트와 어선부터 예인선, 여객선, 큰 화물선까지 선박 종류별로 어떤 엔진이 주기관과 발전기에 쓰이는지 정리해볼게요. 다 읽고 나면 항구에 서 있는 배를 볼 때 “저 배에는 이런 엔진이 들어 있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중속엔진과 고속엔진의 차이가 아직 낯설다면 여섯 번째 글 “중속엔진과 고속엔진의 차이점”을 먼저 읽고 오시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먼저 큰 흐름부터: 배가 클수록 엔진은 느려져요

선박 종류별로 보기 전에 큰 흐름 하나만 기억하면 이해가 쉬워요.

  • 작고 빠른 배일수록 → 고속엔진
  • 크고 오래 항해하는 배일수록 → 중속엔진
  • 아주 큰 배의 주기관 → 저속엔진, 그리고 그 배의 발전기는 → 중속 또는 고속엔진

작은 배는 엔진이 차지할 공간과 무게에 여유가 없어서 작고 가벼운 고속엔진이 맞습니다.
큰 배는 공간은 넉넉한 대신 쉬지 않고 오래 돌아야 해서 튼튼하고 연료비를 아낄 수 있는 중속엔진이 유리해요.

선박 종류별 엔진 한눈에 보기

선박 종류주기관발전기 엔진이유
레저보트, 요트고속엔진, 선외기없거나 소형 고속가볍고 빨라야 함
연안 소형 어선고속엔진없거나 소형 고속좁은 공간, 부담 없는 비용
원양 대형 어선중속 또는 고속엔진중·고속 여러 대오래 조업, 냉동 설비 전기
항만 예인선고속엔진 2대고속작은 몸에 큰 힘
고속 여객선고속엔진고속가볍고 빨라야 함
카페리, 대형 여객선중속엔진중·고속 여러 대오래 운항, 적은 진동
대형 화물선저속엔진중속 또는 고속아주 큰 힘, 연료비 절약
비상 발전기 (공통)–고속빠른 시동

※ 일반적인 예시이며, 배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표는 일반적인 예시예요. 같은 종류의 배라도 크기와 하는 일에 따라 엔진 구성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게요.

레저보트와 요트: 가볍고 빠르게

레저보트는 무게가 곧 속도예요. 엔진이 무거우면 배가 물에 깊이 잠겨서 빨리 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작고 가벼우면서도 힘이 센 고속엔진을 씁니다.

작은 보트에는 배 뒤에 매다는 선외기를 많이 쓰고, 조금 큰 보트나 요트에는 배 안에 고속 디젤엔진을 넣어요.
3번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자동차 엔진을 배에 맞게 바꾼 엔진도 이쪽에서 많이 쓰입니다.

어선: 크기에 따라 달라요

어선은 크기 차이가 아주 큰 배라서 엔진도 다양합니다.

연안에서 조업하는 작은 어선은 대부분 고속엔진을 주기관으로 씁니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좁은 배에도 들어가고, 정비도 비교적 간단하거든요.

먼 바다까지 나가는 큰 어선은 사정이 달라요. 한 번 나가면 오랫동안 바다에 머물러야 해서 오래 버티는 엔진이 필요하고, 잡은 고기를 얼려야 해서 냉동 설비에 쓸 전기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주기관으로 중속엔진을 쓰기도 하고, 발전기 엔진도 크고 여러 대를 싣는 경우가 많아요.

예인선: 작은 몸에 큰 힘

예인선은 자기보다 훨씬 큰 배를 밀고 당기는 배예요. 몸집은 작은데 힘은 아주 세야 합니다.

그래서 항구에서 일하는 예인선은 크기에 비해 힘이 센 고속엔진을 두 대 싣는 경우가 많아요. 4번 글에서 소개한 아지무스 추진기와 짝을 이뤄서, 제자리에서 빙글 돌거나 옆으로 움직이며 큰 배를 부두에 붙입니다. 먼 바다까지 큰 구조물을 끌고 가는 대형 예인선은 중속엔진을 쓰기도 해요.

여객선: 속도와 안정성 사이

여객선은 어떤 여객선이냐에 따라 엔진이 달라요.

섬과 육지를 빠르게 오가는 고속 여객선(쾌속선)은 무게를 줄여야 해서 고속엔진을 쓰고, 4번 글에서 소개한 워터제트로 물을 뿜어 빠르게 달립니다.

사람과 차를 함께 싣는 카페리처럼 크고 오래 운항하는 여객선은 중속엔진을 주기관으로 많이 씁니다. 진동과 소음이 적고, 하루에도 여러 번 같은 항로를 오가며 오래 돌아야 하니까요. 손님을 위한 냉난방과 조명에 전기도 많이 쓰기 때문에 발전기도 여러 대 갖춥니다.

실제로 저희 대리점에서 다루는 엔진 중 가장 큰 엔진도 여객선의 메인엔진으로 쓰이고 있어요.

대형 화물선: 주기관은 저속, 발전기는 중·고속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처럼 아주 큰 화물선은 주기관으로 거대한 저속엔진을 씁니다. 그리고 배 안의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 엔진으로 중속엔진이나 고속엔진을 써요.

저희 회사 엔진도 상선에서는 주로 발전기 엔진으로 쓰입니다.
업무 때문에 큰 배 기관실에 들어가 보면, 거대한 저속 주기관 옆에 저희가 다루는 중·고속 발전기 엔진이 나란히 놓여 있어요.

그러니까 큰 화물선 한 척에도 저속엔진과 중속 또는 고속엔진이 함께 들어 있는 거예요.
거기에 2번 글에서 소개한 비상 발전기까지 더하면, 한 배 안에서 세 가지 종류의 엔진을 모두 볼 수도 있습니다.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바다를 항해하는 대형 컨테이너선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항해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입니다. 이런 큰 배의 주기관은 거대한 저속엔진이고,
배 안의 전기는 중속이나 고속 발전기 엔진이 만듭니다. (사진 출처: pixabay)

관공선과 특수 작업선

해양경찰 경비함, 어업지도선, 조사선 같은 관공선과 바다에서 공사나 작업을 하는 특수 작업선도 있어요.

이런 배들은 하는 일이 다양해서 엔진 구성도 제각각입니다. 빠르게 출동해야 하는 경비정은 고속엔진을, 오래 바다에 머무는 큰 관공선은 중속엔진을 쓰기도 해요. 작업 장비에 전기를 많이 쓰는 작업선은 여러 대의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그 전기로 프로펠러까지 돌리는 전기 추진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3번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저희 대리점에도 발전기 3대를 해마다 번갈아 오버홀하는 관공서 배가 있어요. 이런 배들은 정해진 운전 시간에 맞춰 계획적으로 정비하는 게 특징입니다.

모든 배에 들어가는 엔진: 비상 발전기

배의 종류와 상관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배라면 대부분 비상 발전기를 갖추고 있어요. 비상 발전기는 전기가 끊겼을 때 스스로 시동이 걸려 빠르게 전기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작고 시동이 빠른 고속엔진을 주로 씁니다.

2번 글에서 보여드린 드라이도크 사진 속 비상 발전기도 이런 엔진이에요.

오늘 배운 용어 정리

영어한글뜻
Outboard Engine선외기배 뒤에 매다는 엔진
Tugboat예인선큰 배를 밀고 당기는 작은 배
Car Ferry카페리사람과 차를 함께 싣는 여객선
Waterjet워터제트물을 빨아들여 뒤로 뿜어 나아가는 추진 장치
Diesel-Electric전기 추진발전기로 만든 전기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방식
Emergency Generator비상 발전기전기가 끊겼을 때 쓰는 발전기

자주 묻는 질문

배의 엔진 종류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배의 사양서나 선박 정보에 주기관과 발전기 엔진의 제조사, 모델, 출력이 적혀 있어요. 겉으로만 봐서는 알기 어렵고, 굴뚝 크기나 배 크기로 대략 짐작할 수 있는 정도예요.

같은 종류의 배인데 엔진이 다른 이유는 뭔가요?

배를 만들 때 선주가 원하는 속도, 연료비, 정비 조건, 예산에 따라 엔진을 고르기 때문이에요. 같은 예인선이라도 일하는 항구와 하는 일에 따라 엔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은 배에 중속엔진을 쓰면 안 되나요?

쓸 수는 있지만 크고 무거워서 작은 배에는 잘 맞지 않아요. 배가 무거워지고 기관실도 커져야 해서 대부분 고속엔진을 선택합니다.

선박 종류별 엔진, 이것만 기억하세요

작고 빠른 배일수록 고속엔진을, 크고 오래 운항하는 배일수록 중속엔진을 씁니다.
아주 큰 화물선은 저속엔진을 주기관으로, 중속이나 고속엔진을 발전기로 쓰고, 대부분의 배에는 고속엔진으로 된 비상 발전기가 있어요.

다음 글부터는 엔진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엔진의 힘이 처음 만들어지는 곳, 피스톤부터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해상엔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내용으로 답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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