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에는 왜 엔진이 필요할까? 주기관과 보조기관 쉽게 이해하기

배에 엔진이 몇 대 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한 대겠죠?”라고 답합니다. 자동차에 엔진이 하나뿐이니 배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저도 처음에는 배 한 척에 엔진이 한두 대쯤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리점에서 일하며 회사 시스템으로 선박별 엔진 정보를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고요.
국내의 한 선박에는 저희 회사가 공급한 엔진만 해도 크레인을 움직이는 엔진까지 포함해 무려 11대가 실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배에 엔진이 여러 대 실려 있고, 엔진마다 맡은 일이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배를 움직이는 주기관과 전기를 만드는 보조기관이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여러 대가 필요한지 쉽게 정리해볼게요.
다 읽고 나면 배 안의 엔진들이 어떻게 역할을 나누는지 한눈에 그려질 거예요.

해상엔진이 무엇인지 아직 낯설다면 첫 번째 글 “해상엔진이란 무엇일까?”를 먼저 읽고 오시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배에 엔진이 필요한 두 가지 이유

배가 바다 위에서 지내려면 두 가지가 꼭 필요합니다.

첫째, 앞으로 나아갈 힘입니다. 바람이나 물결에 떠밀리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프로펠러를 돌릴 힘이 있어야 해요.

둘째, 전기입니다. 배 안의 조명, 항해 장비, 통신 장비, 펌프, 에어컨, 냉장고까지 모두 전기로 움직여요.
그런데 바다 한가운데에는 전기를 끌어올 전봇대가 없죠. 그래서 배는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배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마을과 같아요. 마을에 자동차도 필요하고 발전소도 필요하듯, 배에도 움직이는 엔진과 전기를 만드는 엔진이 함께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일을 맡는 엔진이 바로 주기관과 보조기관이에요.

주기관과 보조기관 한눈에 비교하기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두 엔진의 차이를 표로 먼저 정리해볼게요.

구분주기관 (Main Engine)보조기관 (Auxiliary Engine)
하는 일배를 앞으로 움직임배 안에서 쓸 전기를 만듦
연결된 장치감속기, 프로펠러 축, 프로펠러발전기
운전 방식배 속도에 따라 회전수가 바뀜거의 항상 같은 회전수로 돎
보통 대수2~4대2대 이상 (대기용 포함)
멈추면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전기가 끊겨 다른 장비까지 멈출 수 있음


표에서 보듯 두 엔진은 하는 일, 연결된 장치, 운전 방식이 모두 다릅니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볼게요.

주기관: 배를 움직이는 엔진

주기관(Main Engine)은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입니다. 우리가 흔히 “배 엔진”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바로 그 엔진이에요.

주기관에서 만든 회전하는 힘은 감속기(기어박스)를 거쳐 프로펠러 축으로 전달되고, 프로펠러가 물을 뒤로 밀어내면서 배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감속기가 필요한 이유는 엔진이 도는 속도가 프로펠러에 맞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에요. 감속기가 회전 속도를 줄이는 대신 돌리는 힘을 키워서 프로펠러에 넘겨줍니다.

배에 따라 주기관이 한 대인 경우도 있고, 두 대인 경우도 있어요. 예인선이나 여객선처럼 방향을 자주 바꾸거나 힘이 많이 필요한 배는 주기관 두 대로 프로펠러 두 개를 돌리기도 합니다. 한쪽 엔진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쪽 엔진으로 항구까지 돌아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주기관은 배의 속도에 맞춰 회전수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운전합니다. 천천히 항구를 빠져나갈 때는 낮은 회전수로, 넓은 바다에서 속도를 낼 때는 높은 회전수로 돌아가요.

선박 추진 시스템 그림 - 주기관의 회전력이 플라이휠과 감속기를 거쳐 프로펠러 축과 프로펠러로 전달되는 구조
주기관에서 만든 회전력은 감속기에서 속도는 줄고 힘은 커진 뒤,
프로펠러 축을 따라 배 뒤쪽의 프로펠러로 전달됩니다(AI 생성 이미지).

보조기관: 배 안의 전기를 만드는 엔진

보조기관(Auxiliary Engine)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엔진입니다. 엔진과 발전기를 한 몸으로 묶어 놓은 것을 발전기 세트, 현장에서는 줄여서 “젠셋(Genset)”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보조기관은 주기관과 운전 방식이 달라요. 주기관은 속도에 따라 회전수를 바꾸지만, 보조기관은 거의 항상 같은 회전수로 돌아갑니다.
전기는 일정한 품질로 공급되어야 해서, 엔진 회전이 들쭉날쭉하면 배 안의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든요.

이 부분은 다섯 번째 글 “선박용 발전기 엔진과 추진용 엔진의 차이점”에서 더 자세히 다룰게요.

이름에 “보조”가 붙어서 덜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보조기관이 멈추면 배 안의 전기가 끊기고, 전기가 끊기면 주기관을 돌리는 데 필요한 냉각수 펌프나 윤활유 펌프까지 멈출 수 있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보조기관을 주기관만큼 신경 써서 관리합니다.

실제로 대리점에서 받는 문의를 보면 주기관보다 발전기 엔진 문의가 더 많은 편입니다. 제 생각에는 운전 시간의 차이 때문인 것 같아요.
배가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주기관은 멈춰 있지만, 발전기 엔진은 배에 전기를 대기 위해 계속 돌아가야 하거든요.

그만큼 많이 일하니 부품이 닳는 속도도 빠르고, 수리나 부품 문의도 자연스럽게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보조기관은 왜 여러 대일까?

큰 배에는 보조기관이 보통 두 대 이상 실려 있어요. 이유는 세 가지예요.

첫째, 한 대가 고장 나도 전기가 끊기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 대가 돌아가는 동안 다른 한 대는 언제든 바로 이어받을 수 있게 대기합니다.

둘째, 필요한 전기의 양이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엔진 대수를 늘리거나 줄여서 운전해요. 아래 표는 일반적인 예시예요.

상황전기 사용량발전기 운전
항구에 정박 중적음1대 (육상 전기를 쓰면 0대)
넓은 바다를 항해 중보통1~2대
항구에 들어오고 나갈 때많음 (선수 추진기 사용)2대 이상
짐을 싣고 내릴 때많음 (크레인, 펌프 사용)2대 이상


※ 배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일반적인 예시입니다.

특히 입출항할 때 전기를 많이 쓰는 이유는 선수 추진기(Bow Thruster) 때문이에요.
배 앞쪽 옆구리에 달린 작은 프로펠러로, 좁은 항구에서 배를 옆으로 밀어주는 장치인데 대부분 전기 모터로 돌아가서 전기를 많이 먹습니다.

셋째, 정비를 위해서입니다. 엔진을 번갈아 돌리면 한 대에만 운전 시간이 몰리지 않아서 정비 일정을 잡기 쉬워져요.

한 대를 정비하는 동안에도 다른 엔진으로 전기를 계속 만들 수 있고요.

블랙아웃: 배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

발전기가 모두 멈춰 배 전체의 전기가 끊기는 상황을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해요. 기관사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상황입니다.

블랙아웃이 되면 조명이 꺼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에요. 주기관에 냉각수와 윤활유를 보내는 펌프가 멈추면 주기관도 결국 멈출 수밖에 없고, 키를 움직이는 조타 장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좁은 항로나 항구 근처에서 블랙아웃이 일어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에는 발전기 한 대가 멈추면 대기 중인 발전기가 자동으로 시동을 걸고 전기를 이어받는 장치가 갖춰져 있어요. 보조기관을 여러 대 두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비상 발전기: 마지막 안전장치

주 발전기가 모두 멈추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배에는 비상 발전기(Emergency Generator)가 따로 있습니다.

비상 발전기는 기관실에 불이 나거나 물이 차도 함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기관실과 떨어진 높은 곳에 설치돼요.
전기가 끊기면 스스로 시동이 걸려 비상등, 통신 장비, 소화 펌프처럼 꼭 필요한 곳에 전기를 보냅니다.

드라이도크에 들어온 선박의 뒷모습과 선박 윗부분에 설치된 비상 발전기실 위치
수리를 위해 드라이도크에 들어온 배인데, 빨간 네모로 표시한 배 윗부분에 비상 발전기가 있습니다.
기관실에 불이 나거나 물이 차도 함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렇게 기관실과 멀리 떨어진 높은 곳에 설치합니다.
보안상의 문제로 선명은 삭제하였습니다.

평소에는 거의 쓰지 않지만, 정해진 주기마다 시험 운전을 해서 언제든 바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요. 위급할 때 배와 사람을 지키는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배 크기에 따라 엔진 구성은 이렇게 달라요

모든 배가 같은 구성은 아니에요. 배의 크기와 하는 일에 따라 엔진 구성이 달라집니다. 아래는 일반적인 예시예요.

배 종류주기관보조기관특징
레저보트, 소형 어선1~2대없거나 소형 1대주기관의 알터네이터로 배터리 충전
중대형 어선1대1~2대냉동 설비 때문에 전기를 많이 씀
예인선2대2대큰 힘과 빠른 방향 전환이 필요
여객선, 화물선2~4대2~4대비상 발전기를 따로 갖춤


※ 배마다 다를 수 있는 일반적인 예시입니다.

작은 어선이나 레저보트는 따로 발전기 엔진을 싣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배는 주기관에 달린 작은 발전기(알터네이터)로 배터리를 충전해서 필요한 전기를 씁니다.
자동차가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에요. 배가 커지고 전기를 많이 쓸수록 보조기관을 따로 두게 됩니다.

주기관과 보조기관의 경계가 없는 배도 있어요

요즘에는 전기 추진선(Diesel-Electric)도 늘고 있어요.
이런 배는 프로펠러를 엔진으로 직접 돌리지 않고, 여러 대의 발전기로 전기를 만든 뒤 그 전기로 모터를 돌려 프로펠러를 움직입니다.

이 경우에는 발전기 엔진이 배를 움직이는 일과 전기를 만드는 일을 모두 맡기 때문에 주기관과 보조기관의 구분이 흐려져요.
필요한 만큼만 발전기를 돌릴 수 있어서 연료를 아낄 수 있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여객선이나 특수 작업선에 많이 쓰입니다.

처음 공부할 때는 이런 배도 있다는 정도만 알아두면 충분해요.

“보조기관”이라는 말, 이렇게 구분하세요

현장이나 책에서 보조기관이라는 말을 조금 넓게 쓰기도 합니다.

  • 좁은 뜻: 발전기를 돌리는 엔진 (이 글에서 말하는 보조기관)
  • 넓은 뜻: 주기관을 뺀 기관실의 여러 기계 (펌프, 공기 압축기, 보일러 등)

책을 읽다가 보조기관 안에 펌프나 보일러가 들어 있어도 당황하지 마세요. 넓은 뜻으로 쓴 거예요.
처음 공부할 때는 “주기관은 배를 움직이고, 보조기관은 전기를 만든다”로 기억하면 충분합니다.

오늘 배운 용어 정리

영어한글뜻
Main Engine주기관프로펠러를 돌려 배를 움직이는 엔진
Auxiliary Engine보조기관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엔진
Genset발전기 세트엔진과 발전기를 하나로 묶은 장치
Reduction Gear감속기엔진 회전을 프로펠러에 맞게 줄여주는 장치
Blackout블랙아웃발전기가 모두 멈춰 배 전체 전기가 끊긴 상태
Emergency Generator비상 발전기주 전원이 끊겼을 때 쓰는 발전기
Bow Thruster선수 추진기배를 옆으로 밀어주는 앞쪽 프로펠러

자주 묻는 질문

주기관과 보조기관 중 어느 쪽이 더 큰가요?

보통은 배를 움직이는 주기관이 더 크고 힘이 셉니다. 다만 배의 종류에 따라 다르고, 전기를 많이 쓰는 배는 보조기관도 꽤 커요.

보조기관이 고장 나면 배는 멈추나요?

한 대가 고장 나면 대기 중인 다른 보조기관이 이어받기 때문에 바로 멈추지는 않아요. 이걸 위해 보조기관을 여러 대 두는 거예요.

주기관으로 전기를 만들 수는 없나요?

만들 수 있어요. 주기관의 회전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축 발전기(Shaft Generator)를 다는 배도 있습니다. 다만 배가 멈춰 있을 때는 쓸 수 없어서 보조기관과 함께 사용해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도 발전기를 돌리나요?

대부분은 발전기 한 대를 돌려 전기를 씁니다. 다만 요즘은 항구에서 육상 전기를 끌어다 쓰는 시설도 늘고 있어서, 그런 항구에서는 발전기를 끄기도 해요.

주기관과 보조기관, 이것만 기억하세요

배를 움직이는 엔진은 주기관, 전기를 만드는 엔진은 보조기관입니다.
보조기관은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여러 대를 두고, 마지막 안전장치로 비상 발전기가 따로 있어요. 배의 크기와 하는 일에 따라 엔진 구성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럼 이 선박용 디젤엔진은 우리가 아는 자동차 엔진과 무엇이 다를까요? 다음 글에서 크기, 사용 시간, 관리 방식을 하나씩 비교해볼게요.

해상엔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내용으로 답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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